
병원 문을 나선 지 어느덧 25일.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 시간 동안, 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굴었다. 아직 회복이 필요한 ‘환자’라는 정체성을 내 무의식은 거부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스스로에게도, 남들에게도 나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강하다고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어젯밤, 갑작스런 고열과 두통, 복통이 나를 덮쳤다. 덜컥 겁이 났다. 12월의 내가 얼마나 무모하게 ‘정상인 흉내’를 냈는지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나의 무딤을 뼈저리게 느낀 밤이었다.
2026년 1월 1일. 새해를 맞으며 나는 단단한 약속 하나를 적는다.
‘XX 척 금지’
강한 척, 안 아픈 척, 억지로 괜찮은 척. 나를 속이는 모든 ‘척’들을 내려놓기로 한다. 이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나의 현 상태를 직시하는 용기다.
자기 연민이라는 늪에 빠지지는 않되, 나 자신을 조금 더 너그럽게 보듬어주는 한 해가 되기를. 그렇게 진짜 회복을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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