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인생의 긴 휴식기를 맞이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눌러진 ‘일시 정지’ 상태다.
과거의 나는 멈추는 것을 두려워했다. 쉰다는 건 도태되는 것이라 여겼다. 경제적인 문제, 끊어진 경력, 사회에서의 고립… 그런 걱정들 때문에 아플 때조차 내 몸을 돌보는 건 뒷전이었다. 며칠 쉰 뒤에는 어김없이 다시 달리기만 했다.
그 무심함의 대가였을까. 큰 수술을 받고 요양을 시작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몸은 멈췄는데 머릿속은 불안함으로 시끄러웠다.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의미 없는 시도들을 반복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40여 년간 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았다. 멈출 줄도, 피해 갈 줄도 몰랐다. 멈추면 패배자가 되는 줄 알았으니까.
물론 인생에서 시간은 소중하다. 멍하니 있는 시간은 낭비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 시간을 살아내는 주체인 ‘나의 건강’이 무너지면, 시간조차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모두가 바쁘게 산다. 그 흐름 속에서 혼자 멈춰 서 있는 건 불안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건강한 몸’과 ‘평온한 마음’ 없이는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어설픈 달리기가 아니라 ‘확실한 멈춤’이라는 것을. 2026년 한 해를 온전히 멈춤의 시간으로 만들 것이다. 이는 후퇴가 아니다.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2027년을 위한 도움닫기다.
이제는 불안해하지 말고, 이 멈춤을 온전히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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