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28일 (금) 날씨: 맑음, 마음은 평온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맴도는 문구가 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나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는 있다.” 이 문장이 내 가슴에 깊이 박힌 채 떠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11월 한 달은 정말이지 고통과 공포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7일 입원과 긴급 수술, 그리고 20일의 두 번째 큰 수술까지. 나는 두 번의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수술 당일과 바로 다음 날, 그 사흘의 시간은 그저 지옥이었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40년의 세월을 살면서 후회할 만했던 온갖 기억들만 떠올랐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왜 그때 그러지 못했을까… 나는 나를 자책하고 우울의 늪에 빠뜨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술 후 셋째 날부터 내 몸은 정신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내려와 걷고, 혼자 힘으로 화장실에 가고, 식사를 했다. 아주 조금씩,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해 나갔다. 넷째 날, 다섯째 날이 되자 마치 알람이 맞춰진 것처럼 5%씩, 10%씩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몸의 회복 속도에 비례해서 나를 짓눌렀던 공포감, 아픔, 무기력, 우울증이 거짓말처럼 옅어졌다.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회복하고, 불편해진 일상에도 기어이 적응해 나가는 힘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물론, 병을 얻었다는 현실 자체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다음의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었다. 신세 한탄으로 병마에 투항하고 남은 생명을 그대로 흘려보낼지, 아니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가족, 친구, 동료, 든든한 의료진—을 믿고 내 생명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다시 살아갈지. 오로지 나에게 달린 문제였다.
내가 마음먹기만 하면 현실은 그 의지대로 따라 흘러갈 것이다. 뼈아픈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언제 아팠는지 기억조차 안 나게 우리는 ‘망각’이라는 축복을 받는다. 망각은 이럴 때만큼은 최고의 약이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다음 스텝을 결정할 자유의지가 남아 있었다. 그것이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능력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 결정을 나 자신에게 맡기고, 나 자신을 믿고, 병마와 싸워 이 인생의 고비를 넘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으며 오늘 하루, 소중한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 오늘, 나는 다시 한번 삶을 주문한다.
댓글 남기기